여러분은 평소에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저는 연극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소설도 좋아하기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특히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인 정대건 작가의 <GV 빌런 고태경>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GV 빌런으로 알려진 고태경이 알고 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영화인이었고, 중년에 데뷔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어 그의 인생 자체로도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처럼 열심히 사는 모습을 젊은 영화감독이 다큐멘터리로 만들면서 나타나는 여러 관계와 감정, 생각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소설도, 연극도 둘 다 좋았고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었기에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에 진심인 영화인들이 등장하기에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인상 깊게 볼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연극에서는 영화에 담기지 못한 잘린 필름들의 모음을 '조각보'로 표현해서, OK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 게 좋았습니다. 무대 중앙에 펼쳐진 조각보의 의미가 후반부에서 나타나는데 우리의 인생도 OK의 모음보다는 NG의 모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잘린 필름, 조각보, NG들에 의미를 부여한 점이 좋았습니다.
소설에서는 아래와 같은 구절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 비싼 수업료 치른 거로 생각해. 실패도 못 해본 사람들이 수두룩해. 실패에 자부심을 가져. (...)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124쪽)
삶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오케이를 외친 순간들이 드물게 있었다. 무언가가 좋다는 감정,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 사람들은 그래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확실한 생에 확신이라는 것을 가져보고 싶어서. 결국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많은 선택지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백하는 것이었다.
삶은 엉터리고 대부분 실망스러운 노 굿이니까 사람들은 오케이 컷들만 모여 있는 영화를 보러 간다. 우리가 '영화 같다' '영화 같은 순간이다'라고 하는 것은 엉성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오케이를 살아보는 드문 순간인 거다. (...) 계속 후회 속에 빠져 멈춰 있을 순 없다.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 때로는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 (180쪽)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를 문학으로 치환해도 맥락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완성된 소설 역시 기적이며, 소설을 쓰는 것 역시 많은 선택지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백하는 것이고, 일상 속에서 오케이를 사는 드문 순간인 소설 같은 순간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GV 빌런 고태경> 작가의 말에 따라, 때로는 정말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NG들을 쓰면서 간혹 오케이를 내고, 또는 그게 없어도 계속 NG들을 내며 쓰는 삶이 곧 문학인 것 같습니다. 오케이 없는 노 굿(NG)을 쓰는 마음, 그 마음이 때로는 계속 쓰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을 보면서 영화도, 문학도 뒤에 '-하다'라는 동사가 붙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업은 일한다, 라는 조건이 붙는데 영화나 문학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일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저 한다, 라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지요. 그만큼 삶에 밀착되어 있으며 온 생을 걸어 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단어가 더 와닿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작가도 노동자이고,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어서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영화 일을 한다, 문학 일을 한다라는 표현보다는 영화한다, 문학한다, 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합니다.
저 혼자서 여러 생각을 늘어놓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함께 소설이나 영화, 연극을 보고 이와 같은 이야기도 두런두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학하는 삶에 대해서도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권혜린 드림
여러분은 평소에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가요?
저는 연극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소설도 좋아하기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특히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2020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인 정대건 작가의 <GV 빌런 고태경>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GV 빌런으로 알려진 고태경이 알고 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영화인이었고, 중년에 데뷔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어 그의 인생 자체로도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처럼 열심히 사는 모습을 젊은 영화감독이 다큐멘터리로 만들면서 나타나는 여러 관계와 감정, 생각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소설도, 연극도 둘 다 좋았고 다르게 각색된 부분이 있었기에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에 진심인 영화인들이 등장하기에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인상 깊게 볼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연극에서는 영화에 담기지 못한 잘린 필름들의 모음을 '조각보'로 표현해서, OK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 게 좋았습니다. 무대 중앙에 펼쳐진 조각보의 의미가 후반부에서 나타나는데 우리의 인생도 OK의 모음보다는 NG의 모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잘린 필름, 조각보, NG들에 의미를 부여한 점이 좋았습니다.
소설에서는 아래와 같은 구절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 비싼 수업료 치른 거로 생각해. 실패도 못 해본 사람들이 수두룩해. 실패에 자부심을 가져. (...)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124쪽)
삶에서도 확신을 가지고 오케이를 외친 순간들이 드물게 있었다. 무언가가 좋다는 감정,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 사람들은 그래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확실한 생에 확신이라는 것을 가져보고 싶어서. 결국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많은 선택지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백하는 것이었다.
삶은 엉터리고 대부분 실망스러운 노 굿이니까 사람들은 오케이 컷들만 모여 있는 영화를 보러 간다. 우리가 '영화 같다' '영화 같은 순간이다'라고 하는 것은 엉성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오케이를 살아보는 드문 순간인 거다. (...) 계속 후회 속에 빠져 멈춰 있을 순 없다.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 때로는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한다. (180쪽)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를 문학으로 치환해도 맥락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완성된 소설 역시 기적이며, 소설을 쓰는 것 역시 많은 선택지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백하는 것이고, 일상 속에서 오케이를 사는 드문 순간인 소설 같은 순간이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GV 빌런 고태경> 작가의 말에 따라, 때로는 정말 오케이가 없어도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NG들을 쓰면서 간혹 오케이를 내고, 또는 그게 없어도 계속 NG들을 내며 쓰는 삶이 곧 문학인 것 같습니다. 오케이 없는 노 굿(NG)을 쓰는 마음, 그 마음이 때로는 계속 쓰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을 보면서 영화도, 문학도 뒤에 '-하다'라는 동사가 붙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업은 일한다, 라는 조건이 붙는데 영화나 문학은 일을 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일이라는 단어를 빼고 그저 한다, 라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것이지요. 그만큼 삶에 밀착되어 있으며 온 생을 걸어 하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단어가 더 와닿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작가도 노동자이고,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어서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영화 일을 한다, 문학 일을 한다라는 표현보다는 영화한다, 문학한다, 라는 표현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합니다.
저 혼자서 여러 생각을 늘어놓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함께 소설이나 영화, 연극을 보고 이와 같은 이야기도 두런두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학하는 삶에 대해서도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권혜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