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애가 좋아서 난 죽을 수도 있어, 생각하게 만든 얼굴이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온다 늦여름 햇살 아래서 벽돌길이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 어디 다녀오니
- 천국에 잠깐
- 추웠을 텐데 고생했구나
가볍게 포옹하고 따뜻한 뺨에 입을 맞추는 동안 나의 손등이 하얀 목과 거기 돋아난 솜털에 바람 불듯 스치고 어깨에 쏟아지는 속삭임은 활화산의 첫숨 같다 어라 너 이제 보니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자라났구나 한 움큼 쥐어다가 손끝으로 가볍게 비벼 보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검은 비가 내리네
먹물 같은 고요가 머리 위로 추적추적 내려앉고 그것들은 오래된 꽃다발 안에서 투신하는 꽃잎마냥 가닥마다 바스러져 있구나 정수리가 더럽게 척척해지는데
내 건강한 모근과 돋아나는 새살이 미워 그건 이곳이 아니라 공기가 추운 곳에 어울리는 것들이라서 두 팔과 너른 가슴팍이 다시금 사방에서 다가오는데 나는 이제 내가 태어난 뒤 지어진 감옥들 중 가장 좁은 데에 갇히는구나 타르처럼 묵묵히 녹아내려 하수구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는
나이든
나의 발바닥들과
너무 길어 버린 발톱과 망가진 손끝과 온몸 여기저기서 세포들이 뻐끔거리며 내게 알려준 바에 따르면 있잖아 나 인간의 몸으로 숨 쉴 때엔 고드름이 열리는 호숫가에서 꼭 이렇게 네게 안겼던 것도 같아 착각일까? 색색깔의 매끈한 등들이 무언가를 감싸 안거나 가둔 자세로 정물처럼 호수 위에 얼어붙어 있었는데 아니었던가? 질문을 삼킨다 마지막으로 나 기어이 천국에 살고 싶다고 딱 한 번만 더 죽어 보겠다고 통보하면
- 그런 말 좀 안 하면 안 돼?
- 왜?
- 너 열 나 지금
그애는 눈살을 찌푸릴 텐데 희고 긴 손가락으로 내 뒤통수를 쓰다듬을 텐데 그러다 입술에 손톱을 세우면 나는 싫어, 싫어, 소리치며 울 텐데 동동 구르는 발밑에서는 탄내가 올라오고 어느새 노을 뒤로 어스름이 깔렸으나 여긴 아직도 너무 덥다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너무 좋아서 나 진짜 죽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를 절실하게 아름다워할 땐 왜 말들을 아름답게 발음할 수 없을까? 답답해하는 동안 혀가 검게 삭았다 버석한 입안에서 달디단 재 맛이 난다
시를 사랑하고 또 미워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모두들 시라는 장르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꼭 정답이 있는 것처럼 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가 틀렸다는 감각을 손에 쥔 채로 내내 썼습니다. 제게도 쓴 문장들을 되짚고 되짚으며 패배감과 좌절감에 젖었던 밤들이 많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옳은’ 시와 ‘틀린’ 시는 없다는 것을. 그러나 스스로의 글을 많이 들여다보고 다듬을수록 내 시는 나를 더더욱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줄 거예요. 같이 읽고 같이 써 나가요. 무언가를 정답이라 정해 놓고 등을 떠미는 대신, 옆에서 손을 잡고 같이 달려드리겠습니다. 각자의 속도에 발을 맞춰서요.
시를 사랑하고 또 미워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모두들 시라는 장르에는 정답이 없다면서 꼭 정답이 있는 것처럼 굴잖아요. 그래서 스스로가 틀렸다는 감각을 손에 쥔 채로 내내 썼습니다. 제게도 쓴 문장들을 되짚고 되짚으며 패배감과 좌절감에 젖었던 밤들이 많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옳은’ 시와 ‘틀린’ 시는 없다는 것을. 그러나 스스로의 글을 많이 들여다보고 다듬을수록 내 시는 나를 더더욱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줄 거예요. 같이 읽고 같이 써 나가요. 무언가를 정답이라 정해 놓고 등을 떠미는 대신, 옆에서 손을 잡고 같이 달려드리겠습니다. 각자의 속도에 발을 맞춰서요.
저애가 좋아서 난 죽을 수도 있어, 생각하게 만든 얼굴이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온다 늦여름 햇살 아래서 벽돌길이 지글지글 끓고 있었다
- 어디 다녀오니
- 천국에 잠깐
- 추웠을 텐데 고생했구나
가볍게 포옹하고 따뜻한 뺨에 입을 맞추는 동안 나의 손등이 하얀 목과 거기 돋아난 솜털에 바람 불듯 스치고 어깨에 쏟아지는 속삭임은 활화산의 첫숨 같다 어라 너 이제 보니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자라났구나 한 움큼 쥐어다가 손끝으로 가볍게 비벼 보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검은 비가 내리네
먹물 같은 고요가 머리 위로 추적추적 내려앉고 그것들은 오래된 꽃다발 안에서 투신하는 꽃잎마냥 가닥마다 바스러져 있구나 정수리가 더럽게 척척해지는데
내 건강한 모근과 돋아나는 새살이 미워 그건 이곳이 아니라 공기가 추운 곳에 어울리는 것들이라서 두 팔과 너른 가슴팍이 다시금 사방에서 다가오는데 나는 이제 내가 태어난 뒤 지어진 감옥들 중 가장 좁은 데에 갇히는구나 타르처럼 묵묵히 녹아내려 하수구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는
나이든
나의 발바닥들과
너무 길어 버린 발톱과 망가진 손끝과 온몸 여기저기서 세포들이 뻐끔거리며 내게 알려준 바에 따르면 있잖아 나 인간의 몸으로 숨 쉴 때엔 고드름이 열리는 호숫가에서 꼭 이렇게 네게 안겼던 것도 같아 착각일까? 색색깔의 매끈한 등들이 무언가를 감싸 안거나 가둔 자세로 정물처럼 호수 위에 얼어붙어 있었는데 아니었던가? 질문을 삼킨다 마지막으로 나 기어이 천국에 살고 싶다고 딱 한 번만 더 죽어 보겠다고 통보하면
- 그런 말 좀 안 하면 안 돼?
- 왜?
- 너 열 나 지금
그애는 눈살을 찌푸릴 텐데 희고 긴 손가락으로 내 뒤통수를 쓰다듬을 텐데 그러다 입술에 손톱을 세우면 나는 싫어, 싫어, 소리치며 울 텐데 동동 구르는 발밑에서는 탄내가 올라오고 어느새 노을 뒤로 어스름이 깔렸으나 여긴 아직도 너무 덥다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너무 좋아서 나 진짜 죽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를 절실하게 아름다워할 땐 왜 말들을 아름답게 발음할 수 없을까? 답답해하는 동안 혀가 검게 삭았다 버석한 입안에서 달디단 재 맛이 난다
너는 팔을 풀고 웃는다 표정이 왜 그러냐고 묻지 않는다 아름답고 다정하게 빛나고 있다
등줄기를 따라
비지땀이 흐른다
문득 싫다고 소리치며 감옥문을 박차고 싶어진다